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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습한 기후에 장맛비까지 한철 내리다 보니 여름 철음식이 자꾸만 당기더라. 그중에서도 시원한 국수가 자꾸 생각나더니 결국 오늘은 콩국수에 대해서 알아볼 참이다.
콩국수의 특징
콩을 물과 함께 갈아내서 콩물에다가 얇은 소면이나 면을 말아서 먹는 국수요리인 콩국수는 콩물 특유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호남지방 쪽 광주광역시 부근에서는 '콩물국수'라고 칭한다고 한다. 전통 요리들이 보통 그렇듯이 콩국수가 언제 누가 처음으로 만들어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양반들은 잣을 갈아서 잣국물에 면을 말아먹고 서민들은 콩을 갈아서 콩국물에 면을 말아먹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여기서 보면 서민들에게 양반음식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들어진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가 잣이나 콩 따위를 갈아내어 국물을 만들어 국수에 말아먹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의외로 콩이나 면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흔히 먹어온 식재료지만 콩국물을 만들어서 면을 곁들여먹는 건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날에 와서야 주로 국숫집이나 중국집, 분식집 등 면요리는 다루는 식당에서 콩국수를 흔히 접할수 있는데, 차가운 국수요리 특성상 계절메뉴일 경우가 많다. 콩국수의 면은 딱히 정해진 틀이 없어서 칼국수면을 쓰는 식당도 있고 어느 곳에서는 중화면 또는 소면 등등 다양한 면에 같이 곁들일 수 있다. 콩물 특성상 차가우면 잘 안 불어나기 때문에 뻣뻣하고 굵은 중화면보다는 소면이나 칼국수가 더 잘 어울리는 편이긴 하다. 한국의 전통요리이지만 상이하게도 중국집 계절메뉴에 더 잘 보이는 점도 있다.
일부 전문 식당에서는 고소한 맛을 더욱 느끼게 하기 위해서 우유나 두유 혹은 견과류 중 땅콩을 섞어서 갈아내기도 한다. 사실 두유를 넣는것은 크게 상관이 없는 부분이 두유 만드는 방법과 콩물 만드는 방법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두부를 직접 만들어내는 손두부 전문점에서는 두부를 만들려면 먼저 콩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콩국수에서 면을 중시하는 쪽은 국수전문점, 콩국의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두부 전문점에서 즐기면 된다.
콩국수는 사실 영양학적 측면으로 봤을 때에 생콩가루를 물에 풀어 끓인 뒤에 식혀서 먹는것이 더 우수하다. 콩을 불리고 껍질을 빼고 갈아내는 과정에서 영양분보다 콩가루를 물에 풀어내서 가열했을 때 손실되는 영양분이 더 적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매우 부족한 식단인 사찰 음식에서도 여름철에는 콩국수를 영양보충 메뉴로 자주 올리곤 한다. 그래서 여름철에 절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흔히 생각하는 나물비빔밥 정식이 아니라 콩국수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콩국수는 사람들 입맛에 따라서 호불호가 매우 크게 갈리는 음식중 하나인데, 여름에는 콩국수 없이 못 산다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콩국수를 아예 먹지 못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콩물특유희 고소함을 즐기지 못해서 단순히 맛이 없어서 안 먹는다 하는 사람들도 있다. 딱히 콩 음식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두부나 청국장, 비지 등 콩 종류의 음식을 다 먹어도 두유나 콩국수를 못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의 이유를 들어보면 특유의 콩 비린내 때문이라고 한다. 콩이라는 식재료 특징이 아무리 품질이 좋은 콩을 제대로 삶아내더라도 특유의 비린내는 남게 되는데 이 중에서 흰콩, 메주콩, 서리태는 비린내가 강한 편이다.
우리나라 호남 지역의 콩국수는 특이하게 설탕이 들어가는데 호남에서는 콩국물에 기본적으로 소금 간을 한 뒤에 추가적으로 설탕을 많이 넣어서 달달하게 먹는다. 이는 타 지역 사람들이 매우 신기해 하는 식문화 중 한 부분인데 이 지역에서는 중국집에서 콩국수를 시켜도 설탕을 따로 가져다준다고 한다. 설탕을 넣어 먹는 것은 비릿한 콩냄새 때문이라고도 하는 설이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설탕을 선호하는 전남지역 식문화의 일면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일례로는 예전에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얼음을 띄운 보리차에 설탕을 듬뿍 타서 소면을 말아서 같이 대접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설탕국수'인데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 딱인 요리였다고 한다. 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에 차갑게 씻어낸 소면을 같이 설탕과 함께 즐겼다고 한다.